오디세이학교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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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학교를 다녀와서
오디세이 학교 홈페이지 : blog.naver.com/sen_odyssey
※ 기자의 탐방에 근거한 글로 개인적인 감상이나 의견이 들어갈 수 있음을 밝힙니다. ※
우리가 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잘 살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잘 살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고,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는 것과 배움. 삶이 곧 배움과 관계가 큰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학교를 보면 단순히 대학, 입시라는 것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서 삶을 위한 배움과 나 자신을 위한 배움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비록 대안교육 진영에서 새로운 배움을 향한 길을 찾고 있지만 공교육은 우리 삶에서 떨어지기 매우 힘들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과 공교육이 힘을 합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온 결과가 있다. 2015년도 시범 운영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하고 있는 ‘오디세이 학교’이다. 오디세이 학교는 일반고등학교나 자율형 공립고에 진학예정인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곳으로 일반적인 교고 중심의 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자유로운 체험과 교육과정을 통해서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는 1년 과정의 학교이다. 학생들에게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공간 민들레’, ‘꿈틀학교’, ‘하자센터’, ‘혁신파크’ 4개의 대안교육기관과 연계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공교육 교사와 대안학교 교사가 함께 가르치고 있으며(16년도에는 3개의 기관에 공교육 교사가 한명씩 파견 나갔으며 지금은 공교육 교사가 '혁신파크'에서 17년도부터 새로 공간을 꾸리고 있다.) 1년의 과정을 마친 후 2학년으로 복교를 할 수 있고 개인이 원할 시 1학년으로 복교를 할 수도 있다. 작년에는 4개의 기관을 학생들이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리상의 여건으로 인해서 이번에는 학생의 거주지에 따라서 배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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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세이 학교 입구. 공간민들레에서 진행을 하고 있으며 종로구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오디세이 학교란 ‘멈추어 서서, 내 자신을 보고, 옆을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표를 보았을 때도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중요시 여기는 것은 ‘그룹미팅’과 ‘프로젝트 수업’이었다. 길잡이 교사께서는 오디세이 학교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세상에 대한 이해, 자신과 세상의 연결을 목적을 가지고 ‘배우는 것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셨다.
그 중 나는 ‘공간민들레’에 다녀왔다. 공간민들레는 종로구에 위치한 정독도서관 3층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안공간 공간민들레 과정 중 ‘뿌리과정’을 듣는 학생들과 오디세이 학교 학생들이 함께 1년의 과정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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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도 1학기 공간민들레 시간표
※ 여기부터는 월, 화 수업 참관을 바탕으로 작성이 되었습니다. ※
◎ 월요일 참관 - 그룹미팅
그룹미팅은 한주 열기로 시작을 했다. 저번 연휴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서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신기한 것은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질문할 때 단순히 "어땠어? 재미있었어?" 라고 묻기보다는 "그게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니? 저번주를 바탕으로 이번주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니? 이번주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살 거야?" 라는 '생활과 생각'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사실 나는 아이들의 말에 반응하는 것만 생각했다. 반응하고 잘 들어줌으로써 아이들이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알았었다. 그러나 여기는 달랐다. 하루하루를 묻고 답하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단순히 듣고만 계시지 않았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기록하고 계셨다. 결국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룹미팅은 교과, 과목이 아닌 생활, 사는 것에 집중이 되어있는 것이다. 내가 저번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저번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지, 그렇다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지를 단계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하루라는 시간동안 아이들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꾸준히, 긴 시간동안 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신의 더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향을 더 잘 알게 되어서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 줄 수 있게 된다.
◎ 화요일 참관 - 프로젝트 수업
프로젝트 수업은 ‘세상과 만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번연도는 ‘내가 모르는 나의 능력’, ‘그대 내게 힐링을 주는 사람(밴드부)’, ‘민들라디오’ 3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민들라디오부터 살펴보았다. 민들라디오는 말 그대로 라디오이다. 스스로가 라디오를 연출해서 방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하루열기로 시작을 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오늘의 자신의 감정은 어떤지, 오늘 하루는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로젝트같이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팀워크가 중요한 것에는 서로의 화합이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서로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구성원들을 배려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서로가 한주에 있었던 이슈를 나누었다. 단순히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기사를 선택했는지, 여기서 느낀 점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까지 확장시키고 있었다. 최근 논란이 많은 주제인 트럼프 대통령과 장시호, 미세먼지부터 작게는 치킨 값 인상, 피자배달부의 선행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후에는 앞으로의 라디오 연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하였다. 구성방식부터 얼마나 횟수를 할 것인지 까지 힘든 과정이었지만 빠지는 사람 없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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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라디오 팀의 회의시간!! 서로가 조사한 기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열정 넘쳐 보입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능력(줄여서 내.모.나)’는 세상을 탐구하고, 나를 탐구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지는 않은 상태로 우리가 무엇을 할지를 정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세상을 탐구하고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가 탐구해보고 싶은 것을 조사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등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알아보고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구체적으로 주제를 정하기 위해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복지국가와 민주국가라는 큰 틀을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고 영상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었다. 1인칭 FPS게임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은 관심분야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다른 주제를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실 간단히 주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말하는 것을 보니 1년 동안의 프로젝트라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한 것이 느껴졌다. 책을 찾아가면서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왜 하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면서, 나중에는 학교의 미래까지 생각이 미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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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모나 팀의 회의시간!! 예전에 말했던 것들을 살펴보면서 각자의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이기에 정확하게 무엇인가가 정해진 것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고 서로가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 때 항상 즉각적인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1년의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일을 수행한다는 것, 무엇인가를 기획하는 것은 수업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 내가 생각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실행하는 것. 하루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드는 과정은 수업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프로젝트 수업은 ‘진짜로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립 학교들은 정해져 있는 교육과정을 따라서 정해진 범위에서 공부하고, 그 안에서의 시험을 보고 있다. 물론 수행평가와 같은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일시적이고, 그 범위도 상당히 한정적이다. 하지만 여기서의 프로젝트 수업은 그렇지 않았다. 주제를 선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길잡이 선생님께서는 보조의 역할만 할 뿐이고 모든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참여를 안 하는 학생도 있었고,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이 있었지만 말하기 쑥스러워서 말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과정이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인간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 있다면 친구는 왜 필요한 것인가? 다양한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진정으로 배우는 것이 결국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디세이 학교에 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2학년으로 복교한 학생 중 자퇴한 학생들이 있다는 점과 이번연도는 인원 수 미달이 뜨는 등 현재 입시 상황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한다. 사실 백퍼센트 부정하기는 힘들다. 1년 동안 입시만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보다는 수능 성적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결국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수능 1등급’이 아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아닌 것이다. 오디세이 학교는 학생이 자신의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입시제도와는 맞지 않다’는 말이 딸려올 수 있지만 그 현실을 고려하기 때문에 1년 과정을 마치고 2학년으로 복교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내에서의 혁신을 꿈꾸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침반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 방향을 제대로 알려줄 수 없듯이, 자신을 돌아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대한민국에서 오디세이 학교가 비록 1년뿐이라는 시간일지 모르더라도 학생들에게 한번쯤 인생에서 입시만이 아닌,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