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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대선 교육정책점검 ①고교학점제] 선택권, 학생에게 갈 수 있을까?

교육 이슈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번 선거에서도, 곱씹어볼만한 공약은 ‘고교학점제’와 ‘학제개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중에서 이번 편에서는 ‘고교학점제’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각 후보의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학과 같은 다양한 선택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수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업 수준에 맞춰 기초·심화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고, 교양 과목 개설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기르는 교육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학제 개편 후 기존 고등학교 모델인 진로탐색학교에서 학점 이수 후 생활기록부 제출 – 자격고사 수능 – 면접 3가지 절차를 통해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또한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학점이수제도를 도입을 사교육을 줄일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선택 자율성을 부여하여 다양화하고, 수강신청제와 무학년제 운영 등의 유연한 학제 운영으로 학생 중심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필수교육과정 이수 후 나머지 내용을 학생이 선택하도록 하는 교육제도를 약속했습니다.

고교 학점제 도입 취지에 있어 문재인 후보는 학생의 선택권과 창의적 인재 육성을, 안철수 후보는 사교육 절감을, 그리고 유승민 후보는 학생의 선택권과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했습니다.

모두 중요한 교육의 가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과연 학생의 선택권이 학생에게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사교육 유발의 문제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학점이수를 기반으로 평가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두 후보는 학점 이수 후 평가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기존의 수시 입시체계 하에서 입시를 준비하게 되면 고민이 깊어지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상대평가제에 있습니다.

상대평가제를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학점선택제를 실시하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수강자 수의 문제와 수강자 수준의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수강자 수가 지나치게 적은 과목은 상대평가제로 내신을 반영해야만 하는 학교현장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있거나 수강자 간의 심각한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됩니다. 심화 과목은 학습 능력이 다소 탁월한 학생들이 몰리게 되어, 배우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내신의 불리함을 이기기 어려운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선택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는 기초과목, 일반과목, 심화과목 등으로 분류되는 강의 중 어느 것이 대학진학에 유리할지 고민해야하는 부담이 추가될 가능성도 큽니다. 심화된 과목을 통해 소화할 수 있는 인재임을 드러내는 것이 좋을 것인지, 기초과목에서의 우수한 학력 증명을 통해 기본이 된 인재임을 대학에 드러내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말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인재임을 인증받기 위해 교양과목 수강까지 고려하다 보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과목과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을 위한 과목을 어떻게 안배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대학 진학을 위해 학업 성취 상위권은 심화과목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이는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 사교육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교현장에서도 바람직한 진학실적을 위해 지속적으로 심화 과정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 지표가 상위권 대학 입시 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종합해보면, 과목 선택도 입시의 한 과정이 되는 것이죠. 이 때문에 학생이 원하는 교육을 선택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한정된 상태에서 진학을 위한 경쟁체제는 그대로인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후보의 무학년제 운영은 사교육을 더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의/치/한 대비반 (의학대학, 치의학대학, 한의학대학) 이 초등학교 학원에서부터 개설되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사교육은 이렇듯 점점 어린 학생들에게 확대되는 추세죠. 학점제와 결합하게 된다면,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바로 고등학교 2~3학년에 배우던 내용을 배우기 시작하여 대학에 우수한 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사교육의 힘을 빌려야만 할 가능성이 큽니다. 입시 준비가 점점 더 저연령화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과정에서 부족한 고등학교 1~2학년 기초과정을 수강하여 탄탄한 실력을 갖출 수 있고, 더 나은 실력을 바탕으로 심화과정을 이수하여 학업성취능력과 탐구능력을 증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과열된 입시체제 하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창의적 인재 양성과 학생 선택권 확대는 중요한 교육 가치라는 것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학생 선택권 보장’과 ‘창의적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가 학생들에게 추가되는 입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불러오지 않게 할 수 있도록, 후보들의 교육현장 의견 반영과 같은 세심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자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교육공약 관련 자료

- 자료 언급 순서, 취지 설명 순서, 후보 나열 순서 등은 모두 후보가 배정받은 기호를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 기사 이미지는 각 후보의 포스터를 활용해 구성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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