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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탐방기 - 불이학교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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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탐방기 - 불이학교를 다녀와서

불이학교 홈페이지 - http://www.burischool.org/

불이학교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5년제 중,고등 대안학교이다. '이 세상은 둘이 아니고 서로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 不異)의 정신 - ‘삶과 배움은 다르지 않다’ 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0년에 처음 1기 학생을 받았으며 현재는 교사와 학생 약 100명 정도가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다. 1학년은 청소년입문, 2학년은 자아발견, 3학년은 청소년 도약 (뜀틀 과정), 4학년은 성장과 융합, 5학년은 청년 입문의 목표를 가지고 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예술의 균형 잡힌 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여행과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3학년 때는 ‘평화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가는데 이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결국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나와 다른 존재와 함께하는 불이 정신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출처 - 불이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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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는 기자의 개인적인 감상이나 의견이 들어갈 수 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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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라는 용어를 처음 듣는다면 아마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말이 ‘신토불이(身土不二)’일 것이다.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를 교육에 적용한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불이학교’이다. ‘이 세상은 둘이 아니고 서로 다르지 않다,’ ‘삶과 배움은 다르지 않다’는 설립취지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말이 먼저 마음에 와 닿았다. 현대사회는 하나의 개념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을 바라본다면 과목사이에의 연관성을 끊고 하나씩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배우는 것 따로, 삶 따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하나로 보는 학교의 철학이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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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학교 설립 취지 (출처 : 불이학교 홈페이지)

불이학교는 중, 고등 5년 과정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중, 고등 6년 과정인데 특이하게도 여기는 1년이 일찍 끝난다. 그러면 성인이 되기 전 1년이 남지 않은가?? 그 점이 궁금해서 여쭤보았더니 1년은 '갭이어'로 남겨놓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1년 동안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이 되는 셈이다. 알바를 하는 학생도 있고, 여행을 하는 학생도 있고,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무엇을 하더라도 학교에서의 준비는 끝나고, 이제 스스로 무엇을 해본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오전에는 ‘EQ수업’을 들어보았다. 정서지능 높이기 수업이라는 것을 듣고 흥미로웠다. 사실 EQ라는 말과 정서지능을 높인다는 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어떻게 수업이 진행될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감정의 정의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학생들이 대답을 하였다. ‘아주 좋아하는 것. 나보다 우선시 하는 것.’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신만의 용어를 정리해나갔다. 그리고 다양한 표정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단어로만 적어보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나중에 이 부분이 제일 재밌다고 말하셨다. 똑같은 표정이라도 학생들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고 나 역시 신기했다. 마지막으로는 ‘내 감정의 서랍장 열기’라는 활동을 했다. 자신이 어떤 감정의 서랍장을 자주 여는지 확인하고 그 이유를 적는 것이다. 이 활동은 나중에 학부모 상담 때에도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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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Q수업 교과서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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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경우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다.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것,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것, 남들의 감정에 대해 파악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결국 우리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수업이었다.

다음은 ‘우리말글’ 수업을 들었다. 현재 공교육에서의 국어수업과 같은 것이다. 3월 달에는 말하기 부분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었다. 저번 숙제로 친구 인터뷰를 한 것을 나와서 발표 하는데 신기한 점이 있었다. 발표가 끝나고 나서 선생님께서 꼭 학생들에게 “인터뷰할 때 어땠어?? 좋은 인터뷰였던 것 같아??” 라는 형식의 질문을 하셨던 것이다. 단순히 인터뷰를 해서 서로를 알아보았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지금 인터뷰에서 잘못된 점이 무엇이고, 듣는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끔 하는 수업이었다. 친구인터뷰가 끝나고 자기소개를 한다는 것도 조금 신기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우선시하는 점에서 나도 꼭 저렇게 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밥을 먹으러 갔다. 나 역시 식당으로 가서 밥을 보았는데 나물과 묵이 있었다. 평상시에는 훨씬 맛있는데 오늘만 풀이 좀 많았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여기에 있는 재료들이 학생들이 직접 재배했다는 것을 듣자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재밌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괜시리 끼여서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에 놀고 있는 중2 아이들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너희들은 여기 어떻게 오게 되었어?? 대안학교 다니니까 다른 친구들하고 비교했을 때 어떤 것 같아??” 라고 물으니 귀여운 대답을 듣게 되었다.

“엄마가 보내서 왔어요!! 여기나 다른 곳이나 비슷해요! 여기서도 애들 욕하고 막 그래요ㅋㅋㅋ”

사실 순간적으로는 당황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대안학교라서, 무엇인가 달라야만 하고,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건 우리만의 시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도 다른 곳과 똑같은 ‘학교’이다. 오히려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은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는 ‘전불’과 ‘조불’ 시간이었다. 바로 전체 불이학회와 조별 불이학회인 것이다. 1주일에 한번씩 학생회 주관으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꾸려나가는 것도 신기했지만 조별 불이학회에서 전체 학년이 섞여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렇게 전체가 모여서 전 학년의 이야기가 골고루 반영되고 모두가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 1학년 1학기 시간표(좌) 와 2학년 1학기 시간표(우)

이렇게 수업과 학교를 다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여기도 그냥 학교구나. 대안학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오면 그냥 학교인 줄 알겠구나.’ 였다. 아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안학교라고 무조건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인 것이다. 대안학교 교사 면접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은 어떤 학생들조차도 가르쳐보았다’ 라는 형식의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대안학교에 오면 그러한 학생들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도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아닐까.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 다를 수 있어도 ‘교육’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같지만 ‘대안학교’라는 이름 때문에 무엇인가 특별해야 한다는 기대감과, 특정한 학생만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장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또한 공교육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공교육의 교과서를 일부 사용하는 등 인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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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이학교 입구

대안학교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이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학생이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불이학교에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살아있다는 점이다. 아마 교육에서,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아 숨쉬는 것. 지금의 학교가 추구해야 되고,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생동감이라는 생각이 드는 탐방이었다.

2017. 03. 21 교육판 기자 오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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