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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없는 시험기간을 가지는 법

* 본 글은 기자 개인의 입장으로, 교육판 다른 구성원의 입장과 무관함을 알립니다.

"보통 시험기간인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다들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인데 너는 이상하게도 너무 편해보여"

어떻게 보면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지난 4달간 새로운 대학생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해왔다. 목표를 달성했으니 그 비결을 알려주겠다.

나는 지난 2014년부터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회적단체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최근 나의 화두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제시다. 생각보다 많은 교육문제 - 수능, 입시전쟁, 취업난 - 등이 특정 개인 혹은 집단의 악행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 속 녹아있는 문화로 인해 나타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명료하다.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 공부하지 말고 진짜 나의 성장을 위한 공부만 하자.

 

흥미가는 수업만 듣기

생각보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학점이 잘나오는 수업을 들으려고 한다. 나는 근데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내가 왜 그렇게 정유라를 비판했는가? 그녀가 부당한 방법으로 출석일수를 새우고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것에 모두가 분노한 것 아닌가? 나는 그녀가 부당한 방법으로 졸업장과 학벌과 같은 외부적 요소로 스스로를 포장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도치 않게 내가 정유라의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점이 잘 나온다는 이유로 자신이 관심 없는 수업을 듣는 것을 그만하고 싶었다.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학문들은 정말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이 많다. 수천년동안 우리의 선조들이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을까 미리 고민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들로부터 우리는 지혜를 얻고 때로는 심지어 이러한 고민을 한 단계 심화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반면 이러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지식을 얻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필기 공유하기

나는 이번학기에 들은 모든 수업을 내 블로그에 모두 공유했다. 아예 블로그에다가 필기를 했다. 이는 크게 두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내가 듣는 수업들을 누구나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지난학기에 들었던 어떤 수업이 나에게 큰 영감을 주어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하곤 했는데, 아예 필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생각이 들었다. 또 필기를 공유함으로써 기대한 것은 내가 필기를 하며 수업에서 더 큰 의미를 찾지 않을까라는 욕심이었다. 필기만 보더라도 읽는 사람이 흥미있고 의미있게 배움을 얻어가기 위해서는 해당 수업의 가치와 내용을 잘 녹여내야하는데, 그럼으로써 나도 자연스럽게 더 큰 가치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실제 필기를 하며 느낀 것은 내가 평소보다 더 몰입해서 수업을 듣게 된다는 것이었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알차게 담고 싶은 책임감 때문일까, 수업시간에 별로 졸지 않는 것은 물론 혼자서 다시 필기를 읽어보며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본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서 무엇을 더 배울까 기대되는 약간의 설렘은 기존에 느끼기 못한 것이었다.

시험공부 안하기

가장 논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시험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이다. 물론 여기서 시험공부는 시험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하는 공부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공부하는 것과 구분한다. 보통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공부했던 것을 다 까먹는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까먹는 것"들을 애초에 공부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까먹는 것"들이 시험기간에 스트레스를 주는 원천이자, 사회적 거짓말이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정말 흥미롭고 유의미한 것을 공부하는 것은 즐겁고 오래간다. 진정한 학습은 마치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체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배움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그 관점은 잊혀지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시험성적을 잘 받기 위해 마치 우리가 그 관점이 형성된 것처럼 눈속임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말 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좋은 점수를 받고, 시험 후 까먹는다면, 그 점수를 기반으로 당신을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하는 것 아닌가? 이는 민주시민으로서 좋은 자세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시험기간에도 내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장 이번주가 시험기간인데도 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험 당일 아침에 내 필기를 한번정도 읽는 것으로 내 생각을 정리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내게 편해 보인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시험을 보니까 시험에서 피드백을 받은 것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쓴 에세이에 교수님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적을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평소 같으면 시험공부한 것을 충분히 쓰지 못했다라던가 공부를 충분히 안했다고 아쉬워하고 넘겼을 것을, 이제는 내가 평소에 사고하고 글을 쓰는 방식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었다. 같은 피드백이었지만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가치를 지닌 피드백이 된 것이다.

 

그래서 성적은 어떻게 나왔어?라고 묻는다면 평소보다 조금 낮게 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번학기에 점수보다 더 소중한 배움을 얻었고, 이러한 나의 성장은 점수보다 나에게 더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학기 '미국역사와문화'에서 배운 크리스토퍼 래시에 따르면 꿈과 희망을 잃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남에게 존경받기를 원하지 않고 부러움을 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지금 그런 것 같다. 다시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존경받기를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필자는 지난 11월 10일에 '시험공부 안하기 프로젝트'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시사회를 한 적이 있다. 해당 컨텐츠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고보니 필기를 공유하는 것은 2차저작물로서, 원저작자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관련해서 주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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