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인류학
우리는 항상 사건을 인지하고 해석한다. 대부분의 사건은 1차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건과 이로 인해 생겨난 기억 구조(schema, 스키마)에 따라서 새로운 사건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준에만 머무르게 된다면 그 사람이 해석하는 사건은 매우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과거의 사건과 기억 구조는 주관적이며, 자신에게 익숙하고 이로운 방향으로 해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언어와 기호를 고도로 발전시켜왔다. 타인과 약속된 언어와 기호를 통해 사건의 요소를 정확히 특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학문 체계를 만들어 왔다. 새로운 학문 체계를 만들어나갈수록 우리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더더욱 사건을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철학을 통해 우리는 인간 본질의 다양한 해석과, 그 관점에 대한 논의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사회학을 통해 인간이 무리 지어 형성한 구조를 통찰할 수 있게 됐고, 영향력을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문화 인류학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사건이 거대한 인류 발전의 거시적 흐름의 일부인지 혹은 특이한 개별의 미시사(史)인지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문화 인류학을 알고 공부한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일 것이다. 인류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 과정을 꿰뚫는 거대한 법칙과 흐름을 밝혀내어 사건을 더욱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얻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문화인류학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통찰의 본질일 것이다.
마빈 해리스의 <식인과 제왕>은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인류학의 고전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철저한 조사와 여러 문명의 사례를 통해, 인류 문명을 이끌어온 추동(drive)은 과연 무엇인지를 밝혀낸 학자이며, 그 법칙을 생식 압력에 의한 문화 양식 변화로 일축하고 있다. 4백만년 전, 직립인간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하면서 다양한 문화 양식, 종교 양식, 성별 분화, 식인 풍습 등을 만들어온 원인을 추론해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흥미롭다.
그의 결론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비관적이고 냉정해 보인다. 인간은 결국 단백질을 더욱 더 많이 섭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해온 것일 뿐이다. 수많은 인류의 발전의 뒷편에는 거대하고 숭고한 목적이 아닌, 단백질 섭취를 통한 욕구 만족이 자리잡고 있던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가 이를 추론해나가는 과정과 문화 인류학 자체가 주는 새로운 관점은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또한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는 매체로 손색이 없다.
*본 기사는 교육판 잡지 (2018년도 3월호)에 기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