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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이면


- 페미니즘은 앎과 삶의 분리와 간극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을 논하기에 앞서 지금 이곳에 스며든 폭력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침이다. 하나의 논리이기 전에, 살면서 겪어왔던 공포, 상처, 내 삶 전체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언어, 사상, 일상이다. 한 번도 타인의 삶을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은 페미니즘에 가닿을 수 없다. ( 새벽의 일기 #3 중 발췌 )

요즘 핫한 이슈를 물어본다면 ‘혐오’라는 대답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여성혐오. 사실 나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는 그렇지 않아!” 라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책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보면서 내가 틀렸을 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며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 자연스럽다고 해서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익숙해도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니다. ( 새벽의 일기 #3 중 발췌 )

왜 우리는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명절에는 당연히 친가를 먼저 가는 것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것. 집에 오면 밥이 차려져 있고, 남자의 주민등록번호가 1로 시작하는 것. 누군가는 그런 것을 신경 쓰냐고 말을 할 것이고, 왜 지금까지 문제가 없던 것을 이제야 문제 삼냐고 할 것이다. 과연 문제가 없던 것일까, 문제를 들춰내기 싫어하는 것일까.

- 나의 편리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을 수반한다. 나의 게으름은 누군가의 노동에 기대어 누리는 권력이다. 나는 오늘 얼마나 많은 노동에 기대어 편리함을 누렸을까. 얼마나 많은 차별 속에서 모른 척 편리함을 누렸을까. 고통을 외면한 희망의 언어보다 고통을 응시하는 정직한 절망의 언어가 나를 살아 있게 한다고 믿는다. ( 3. 들리면 좋겠습니다 중 발췌)

- “사소하다”고 외면해왔던 문제는 여전히 나와 내 주위 사람을 떨게 하는 일상적 공포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면서 왜 자신의 폭력은 성찰하지 못하나. ( 4. 연결되면 좋겠습니다 중 발췌)

왜 우리는 뉴스에서 보이는 차별과 불편함은 분노하면서 내 주변에서는 누군가가 그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과연 떳떳한 것일까.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주위를 되돌아본다면 ‘내가 주말에 누워서 밥을 기다린다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점점 당연한 것들에도 감사하고 살펴보자. 비단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평상시부터 우리가 모든 것을 당연시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지금도 내가 잘 안다고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나는 그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아마 그녀들도 우리가 모든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단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걸 한번쯤 되돌아보고 ‘나는 그랬던 적이 없었나?’ 스스로부터 성찰해보는 것이 그녀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가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쳐 왔던 것을 성찰하게끔 도와주는 책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으나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모든 것을 알 수 있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당연히 여겼던 걸 돌아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치관과 행동을 생각해보고 고쳐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본 기사는 교육판 잡지 (2018년도 3월호)에 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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