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
◎ 도서관이 더 공부가 잘 될까?
필자가 학교를 다닐 땐 시험 기간만 되면 놀라운 일이 생기곤 했다. 놀기 바쁘던 친구들이 시험 기간이 다가오자 삼삼오오 모여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에 가는 친구들을 붙잡고 물었다. 왜 가냐고, 돌아온 대답은 공부하기 좋아서라고 한다. 어른들 역시 도서관을 가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하네”라는 칭찬을 한다. 이렇게 겉으로 볼 때 공부 열기가 뜨겁지만, 안타깝게도 도서관을 가는 모든 사람이 점수가 오르진 않는다. 도서관을 가는 것만으로 무언가 잘 될 리는 없다. 하지만 누구에겐 여전히 도서관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평화로운 도피처로 남아 있기도 하다.
◎ 도서관을 가는 진짜 이유 ‘환경’
책을 펴자마자 공부가 잘 되기 쉽지 않다. 공부가 잘되는 순간인 몰입 혹은 ‘집중상태’가 되기까지엔 시간이 걸린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뇌과학 교수인 비노드 메논은 이것을 ‘공상에서 집중상태로의 전환’으로 정의하고, 섬엽(insula)의 뇌의 부위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섬엽은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자주 사용할수록 피로를 증가시킨다. 스위치가 발동하는데엔 인지 자원이 필요하다. 인지 자원이란 인체가 인지하는 모든 것이다. 인지 자원이 많을수록 섬엽이라는 스위치가 자주 작동한다. 즉 우리는 더 ‘집중상태’로 갈 힘이 점점 빠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공부 중에 친구에게 온 ‘카톡 메시지’을 보면 섬엽이라는 스위치가 발동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우리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에게 가해지는 외부적인 요인(비행동)도 우리의 스위치를 작동시킨다. 행동과 비행동의 인지 자원들이 바로 ‘환경’이다. 우리가 도서관을 가는 이유도 이것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도서관의 분위기는 행동과 비행동의 인지 자원들이라고 불리는 ‘환경’이 섬엽이라는 스위치를 최소화시키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 섬엽 스위치를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을 통제함에 따라 공부의 효율이 달라진다.
◎ 환경에 따라 공부 효율이 달라진다.
누구나 각자 공부가 잘 되는 공간, 분위기가 존재한다. 어떤 필기 도구를 쓸 것인지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 놓여 공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불 없이 물을 데우는 것과 다를 것 없다. 가능하더라도 효율적이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야 할 것은 공부에서의 ‘효율성’의 개념에 대한 정의다. 양적 개념의 능률성과 질적 개념의 효과성을 포함한 개념이 ‘효율성’이다. 이 개념을 공부에 적용하기 전에 양적 목표와 질적 목표가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우리가 효율적인 공부를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질적 목표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은 절대적으로 질적 목표가 될 수 없다. 수능에서 한 문제 틀려 희비가 교차하는 현상은 우리가 평소 접하는 공부는 효율성 측면에서 질적 개념인 효과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우리가 놓인 환경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도서관을 가거나 카페에서 공부한다. 공부가 잘 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려 하고, 또 그렇게 하면 잘 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기란 쉽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을 대하는 태도에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 문제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경’이 있고, 다음 3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 당신이 바꿔야 할 환경 요소 3가지
우리는 목표나 공부에 관한 흔한 오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의지력’이다. 흔히 공부를 잘 못하거나 목표달성에 자주 실패하는 이유로 ‘의지’ 얘기를 많이들 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 간에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투자하는 시간일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집중’하는 시간이 다르다. 앞서 말했듯 ‘집중’은 섬엽이라는 스위치가 작동하는 것이지만, 작동을 시키는 것은 인지 자원이다. 인지 자원에는 환경 요인이 있다. 즉, ‘집중’을 잘 하는 사람은 스위치 작동 최소화를 위해 인지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 통제 범위엔 환경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집중과 의지력이 직결한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의지력은 조금 더 큰 범주에서 고민되어야 하며, 다음 단계로 공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필자도 경험했고 책 <완공:완벽한 공부법(이하 완공)>에서도 말하는 바꿔야 할 환경 3가지를 소개한다.
하나, 신호를 만들어라. 일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완공>저자인 신영준 박사는 영어를 구사할 때 불필요한 문장을 많이 썼다고 한다. 해결을 위해 비닐 팩이 붙어있는 목걸이를 만들어 해당 문장을 쓸 때마다 지적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도록 했다. 그 문장을 쓸 때마다 지적을 받았고, 결국 그 목걸이 덕분에 쓰기 전에도 스스로 계속 인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호를 만듦으로써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둘, 반응을 계획하라. 신호를 만들었다면 그 신호에 따른 반응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험을 소개해본다. 오래달리기를 잘 못했던 때가 있었다. 단 한 번도 1급에 해당하는 시간에 들어온 적도 없고 더군다나 제 시간도 벅찼다. 이를 극복하고자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했으나 눈에 띈 발전은 없었다. 본래 운동이라는 것은 가장 힘들 때부터 된다는 말이 있다. 우연한 정보를 통해 가장 힘들 때를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 때부터 전력 질주 한 바퀴라는 반응을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만약 가장 힘들 때 본능적으로 쉬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1급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셋, 보상과 벌칙을 주어라. 공부를 잘하는 지인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계획적인 성격에 하루의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 날 밤을 새서 공부하는 요상한 습관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목표량을 채우면 ‘이 사람이 정말 공부를 잘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논다. 필자의 경우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반면, A는 철저한 보상과 벌칙을 통해 목표를 관리한다. 사실 ‘밤을 새는 것’과 ‘노는 것’을 통한 보상과 벌칙을 통해 목표를 관리하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목표를 관리하는데 보상과 벌칙은 분명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것.
환경은 우리가 분명 고민해야 할 부분임을 소개했다. 하지만 환경을 통한 효율성 증대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의지 혹은 태도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 다니는 학원을 다닌다고 저절로 공부가 잘 되진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대하는 태도이며, 그 태도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당신에게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본 기사는 교육판 잡지 (2018년도 2월호)에 기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