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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교육 (Innovation Education)


혁신을 나타내는 영단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Innovation’ 과 ‘Renovation’.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전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드는 의미고, 후자는 개선에 가깝다. 정부문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혁신교육을 말할 때 Innovation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교육(Innovation education)이라는 단어를 되새겨 보았을 때의 느낌은 이러했다. 지금까지의 교육과는 다른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뉘앙스. 교육에 지친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이제는 좀 나아지겠구나’ 라는 위안을 줄 마법 같은 단어라고.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기반을 자리잡은 기술도 아닌, ‘교육’을 혁신(Innovation)한다는 게 전혀 와 닿지 않았다. 한국교육의 문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문제를 하나만 꼽을 수가 없다”고 대답하는 오늘. 한국의 교육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혁신교육이 시행된 지난 5년여 간 교육계에 큰 변화들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 변화들을 두고, 우리의 교육이 ‘발전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례로 입시와 관련해 학생부종합전형이 증가한 이후, 많은 교사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모든 활동들을 한 줄 한 줄 다 적어주다 보면 생활기록부 20장은 많은 것도 아니다. 그 양이 너무 많아 자연히 가능성이 많은 학생들에게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학생들 또한 활동에 참여하기 전에 생활기록부에 적히는지를 물어보는 등 폐단은 이미 흔하다. 학생들의 진로개발을 위해, 그리고 수능 외에 다양한 방향으로 평가하기 위해 증가한 학생부 종합전형은 그 본연의 의미를 이미 상실하였다 해도 무방하다.

중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자유학기제 또한, 선행학습 기간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으며 진로를 개발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특목고를 준비하거나 고등학교 공부를 선행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혁신교육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두 정책은 교육의 양극화를 극대화하고, 조금의 방황도 낙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적자생존’의 교육환경 조성을 촉진시킨 것이다.

2002년,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은 교육과정에서 낙오되는 학생이 없도록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그리고 학생이 각 주(state)에서 정한 성취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시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에게도 모두 제재를 가했다. 연방정부가 해당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삭감함으로써, 학교는 이에 맞춰 직원수를 줄이고 교사 당 학생 수를 늘렸으며, 교사는 성취도 향상에만 초점을 맞췄다. 학생중심의 문화를 만들고자 시행되었던 이 정책은, 교육개혁의 실패사례로 기록되고 말았다. 위 사례와 앞서 혁신교육의 예로 든 두 가지 정책들의 공통점은, 정책 고안자의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교육의 변화와 혁신은 정책을 통해서가 아닌, 교육주체가 그 변화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주체는 어떠한가. 우리는, 한때는 우리나라를 성장하게 했던 ‘도구’로서의 교육-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인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출하기에 용이한 경쟁구도적 교육-에 익숙하다. 때문에 혁신교육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능동적 인재 양성’이라는 도구적 성향이 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경쟁적 교육에 익숙한 한국의 교육주체들 또한 그저 주어진 것에 있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혹은 타인보다 잘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교육주체들이 ‘더 이상 이런 방법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고 느끼고 있는 지금이 교육변화의 골든타임이다. 그 어떠한 교육정책도 대학을 잘 갈 수 있냐는 ‘결과’에 의해 묵살되는 지금, 우리는 시대에 따라간다는 명목의 정책혁신(Innovation)보다는, 교육주체의 교육의식 개선(Renovation)이 더 필요해 보인다. 교육은 4차산업혁명 인재양성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교육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때, 혁신은 그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교육판 잡지 (2018년도 2월호)에 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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