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쁜놈인가?
흔히 교육문제라고 이야기하면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가르킨다. 그러기에 그 문제의식은 폭넓으면서도 학교와 무관한 사람은 그것이 '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교육문제는 사실 절대 '남'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문제는 우리 모두의 일상속에 깊숙이 들어가있다.
프로젝트 위기도 처음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다. 1년 반간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 끝에 얻어낸 소중한 결과이다. 이 글을 통해 그 여정을 당신과 함께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로 정의되는 일상적 의미에서의 교육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프로젝트 위기도 거기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가 나쁜놈인가?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 입시문제, 창의성 저하, 빈부격차 심화 등 일상적 의미에서의 교육문제는 학교와 관련된 참 많은 문제들을 가르킨다. 프로젝트 위기가 특히 주목한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세상을 이해하는 행위로서의 공부는 정말 사실 즐거운 일인데 학교에서는 공부를 왜 시험을 위해 재미없게 할 수 밖에 없을까?" 이 문제를 대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육생태계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만나야 그들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그들에게 설득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와 관련된 사람으로는 크게 학생, 교육자, 그리고 사회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교육 3주체 하면 학생, 학부모, 교육자라고 이야기하지만 학부모는 학생의 최선을 원한다는 차원에서 크기 달라보이지 않아 제외했다. 그런데 대부분 '공부 열심히해서 시험 잘 보고 좋은 대학가서 잘 취업하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전제를 하고 공부한다는 점에서 사회인이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학생, 교육자, 사회인을 대변할 사람들을 프로젝트 위기의 첫 컨퍼런스에 초청했다.
1. 학생
우선은 학생이다. 학생들 대변에 초청한 사람은 IT프로그래머가 되길 꿈꾸며 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막상 학교에서는 수능공부만 시켜해 자퇴를 하고 스스로 대안학교를 만든 후 현재는 성공적인 IT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최훈민 C2SOFT 대표다. 당연,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은 현재의 교육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2. 교육자
그 다음, 교육자를 대변해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라고 불리는 거창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노무현 정권때 교육혁신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우리나라 '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곤 하는 전성은 교장을 섭외했다. 현재의 교육과정이 자신이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불만족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즉 교육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또 실제 가르치는 사람들도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 사회인
사실 기획단계부터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사회인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해서, 교육자들은 학생의 자기실현을 볼 수 없어서 불만족할 것은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무언가 시험점수로 사람을 뽑는 기업들이 나쁜 사람들일 것 같았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인 아쇼카 코리아의 대표도 섭외했지만 SKT에서 인사팀장을 10년 했던 여지영 팀장도 섭외했다. 근데 여지영 팀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기업들도 이러한 진정성 없는 교육문화로 인해 힘들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기업들도 당연히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사람들을 찾지만, 막상 볼 수 있는 자료는 학벌과 점수같은 가시적인 것밖에 없으니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즉 사회인도 현 교육을 원하지 않았다.
위의 강연들을 다 볼 시간이 없다면 위의 강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처음부터 5분 8초까지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아무도 현 교육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사교육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이해관계적 이익을 현 교육생태계에서 얻는 사람은 있지만 진정성 없는 공부로 인해 본질적 의미에서 만족하는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면 왜??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면 왜 현재의 교육문화가 유지되고 있을까? 그 답은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교육 문제의 최정상이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보통 '수능'을 떠올릴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바로 그 악마의 제도 말이다. 그런데 그 제도를 처음 만든 사람이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것 어떤 상황일까? 너무 흥미로워서 그를 연사로 초청했다.
바로 박도순 초대 수능평가원장으로, '수능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그가 처음 기획했던 수능은 현재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처음 기획했단 수능은 최소한의 자격시험으로서, '대학수학능력'평가 답게 대학생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국어능력과 수학능력만 평가하고, 이를 합격과 불합격만 나누려고 했었다. 즉 점수며 등급이며 수많은 과목들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렇게 수능을 만들었을까? 처음 위와 같은 취지로 수능을 만드려 하니 각 과목의 이해관계자들이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안가르칠 것이냐", "기술이 중요한 시대에 과학을 안가르칠 것이냐", "사회를 수능에서 빼면 아무도 배우지 않을 것이다"와 같이 각 과목을 추가한 것이다. 더불어 합격과 불합격만 나눈다는 것은 대학별로 자신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맞게 학생을 뽑을 것임을 뜻하는데,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여론이 강해져 현재와 같은 수능이 된 것이다. 이 수능의 역사를 아래 영상과 같이 정리해봤다.
결국 어떻게 보면 수능의 아버지는 박도순이 아니라 우리 모두였다. 우리 안에 있는 양면성 - 평가가 공정하면서도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길 바라는 욕구가 현재의 수능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교육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즉 문제의 원인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었다.
물론 이것은 좋지 않은 정책가들의 면책권이 될 수는 없다. 정책가들은 정책가로서 좋은 정책을 만들 책임이 있다. 하지만 우리도 교육의 한 주체자로서 스스로 떳떳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이는 우리가 공부를 대하는 근본적 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미국의 1970년대 저항문화, 혹은 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듯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인 또다른 예시일 것이다.
프로젝트 위기는 이러한 깨달음 이후 공자가 이야기한 위기지학 (남에게 잘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참된 나다움을 밝히기 위한 공부)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사회적인 교육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삶을 무척이나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길 우리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이는 프로젝트 위기의 ABCD 프로세스중 Become 단계에서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