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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도, 상대평가도 답이 아닌 이유 feat. 바이킹


*본 기사는 교육판과 프로젝트 위기 홈페이지 통합 이전 기사로, 교육판 홈페이지(구)에서 더 깔끔하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추진해오던 수능 절대평가 입장에서는 계획의 차질이 온 것인데요, 이는 어느정도 예측된 일이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국가와 대입간 관계의 역사를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역사는 대한민국 건국시기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대입과 국가의 역사를 볼 때 대학자율과 국가관리를 기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정부는 대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여력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각 대학은 자유롭게 자신이 뽑고 싶은 학생들을 뽑았습니다. 한편 6.25전쟁때 대학생에게 징소집보류특혜를 부여함에 따라 부정입학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에 국가가 대입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1954년과 1962년에 국가시험을 살짝 시도했다가 69년에 "대학입학예비고사"라는 시험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데, 이 시험을 보아야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예비고사 성적이 대학입학성적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1974). 그리고 1980년에는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면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대학별 본고사가 폐지되고 예비고사는 학력고사로 전환되며 내신이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즉 대입에 있어서 국가가 완전히 개입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나치게 시험이 암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1986년에는 대학별로 논술시험을 실시하지만, 2년만에 다시 폐지됩니다. 지나친 경쟁과 암기위주의 학력고사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자, 비교적 오랜 연구 끝에 학력고사가 폐지되고 대학수학능력평가가 도입됩니다. 현재의 수능입니다. 또 이것이 도입되며 대학별 본고사는 부활하지만, 사교육을 탓하며 3년만에 다시 폐지됩니다. 1998년부터는 수시가 도입되며 어느정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수시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상승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2007년에는 수능등급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나오지만 빠르기 폐지됩니다. 또 그리고 2017년이 되며 수능 절대평가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역사가 대학자율과 국가관리 사이에서 끝없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왜 그럴까요? 이는 당시 여론을 살펴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학입학국가연합고사가 실시된 시기인 1955년 중앙일보 칼럼을 보면 "현 제도하의 시험은 성질상 경쟁적이고 범위가 제한되고 기간은 오육시에 불과하고 방식은 주로 필답"이라며 "인간적 발전보다는 지적면에 편중된 반협조적인 응시요령을 더 중요시하게"됨에 따라 "고등학교는 자체의 교육임무보다 진학률을 올리기에 분주"하게 된다고 비판합니다. 한편 예비고사가 실시된 1968년 동앙일보 기사를 보면 당시 문교부 권오병 장관이 "이 제도의 실시로 인해 대학생의 자질향상과 사대운영의 정상화는 물론 대학진학인구를 사전에 조절함으로써 균형있는 인력수급을 기할 수 있으며 사회가 부담하는 필요없는 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전두환 대통령이 80년에 본고사를 폐지하고 학력고사를 실시했을 때 당시 국보위 오자복 문공위원장은 "학교교육의 정상발전을 저해하고 고질적인 사회병폐가 되어온 과외수업의 과열현상을 근본적으로 뿌리뽑으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이같은 교육혁신의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1984년 경향신문에서 매우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눈치입시 1년유예"라는 기사입니다. 내용을 보면 "지난 80년 7.30교육개혁조치로 대학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와 내신제만으로 대학입시를 치르게 되면서 입시때마다 예기치 않았던 문제와 엉뚱한 부작용이 잇달았"다며 "올해도 지난1월 입시가 끝나자 <눈치입시 도박입시 배짱지원>등의 온갖 부작용이 드러나 현행입시제도에 대한 비판과 개선의 소리가 거세게 일었다"고 소개합니다. 그래서 "문교부가 이번에 확정한 보완방안도 이같은 여론에 따라 내놓은 방안"으로 "대학자율화조치와도 궤를 함께"하는 내신등급간 점수차 축소와 대학별 논문시험의 채택등을 제시했지만 "졸속성처리와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실행시기를" 1년 늦췄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익숙한 내용의 기사입니다.

한편 막상 논술고사가 되어도 86년 고려대 교수의 동아일보 칼럼을 보면 "소위 예상문제로 지도되었던 문제를 낸 학교에서는 수천명의 논술고사 답안이 다 비슷비슷한 기현상도 일어"났다며 "생각하기를 장려하도록 의도된 제도가 생각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자기생각을 갖는 것을 기피하게 만든다면 얼마나 아이로니컬한 일인가"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논술고사는 다음년도에 폐지됩니다.

한편 1993년 수능이 실시되며 다시 본고사가 부활하지만 1994년 한겨레 칼럼 "본고사 폐지 빠를수록 좋다"를 보면 대학별고사는 "중등교육의 파행과 고액과열 과외를 만연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두드러지므로 하루 속피 폐지되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2년후 본고사는 폐지됩니다.

이와같이 대입에 있어서 대학자율 기조의 정책이 시행될 경우 사교육 성행과 불공정한 시험에 대한 비판이, 정부관리 기조의 정책이 시행될 경우 과도한 경쟁과 창의성 저하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은 현재진행형이고, 이러한 치열한 갈등은 절대평가 시행 유예를 초래했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은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러한 거친 파도의 바다에서 벗어남으로서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과거 한 성인의 말씀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어떠한 제도를 시행해도 각각 타당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교육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좋은 대학을 감으로서 해소하려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황은 이를 "자신의 이해를 통해서 몸소 실천하는 것에 힘쓰는 대신 내면의 공허함을 감추고 관심을 바깥으로 돌려 지위와 명성을 취하는 공부"라고 비판하며 "우리들이 마땅히 알아야 할 바가 도리이며 우리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덕행이라고 믿고 가까운 데서부터 착수해 나가되 자신의 이해를 통해서 몸소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우리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공부를 통해 좋은 대학을 가서 취업함으로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떠한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한정된 소위 "명문대"의 입학인원과 성장이 부재한 배움의 공허함으로 인해 우리는 그것에 불만족할 수 밖에, 그리고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부의 본래 뜻에 따라 공부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또 공부한 바를 삶 속에 적용해 나간다면 우리는 더이상 정책에 맹목적이지 않고 오히려 교육의 주체자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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