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와의 만남] 사람을 사람답게 - 어썸스쿨
*본 기사는 교육판과 프로젝트 위기 홈페이지 통합 이전 기사로, 교육판 홈페이지(구)에서 더 깔끔하게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교육이란 개인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현시켜주는 것”
저번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 어썸스쿨’에 이어서 이번에는 어썸스쿨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4년도부터 3년째 어썸스쿨과 함께하고 계신 이지섭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수평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는 어썸스쿨의 성격을 받아 인터뷰에서도 별명인 ‘섭스’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오동운 - 안녕하세요 대표님~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섭스에 대해서 소개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섭스 - 저는 어썸스쿨에서 사업기획을 하고 있는 ‘이지섭’이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모두가 별명을 부르고 있어요. 저같은 경우는 스티브 잡스를 좋아해 잡스와 제 이름을 합친 ‘섭스’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비전과 미션을 세우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를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디지털쪽 프로젝트를 맡아서 어썸스쿨이 하고 있는 일을 디지털화시켜서 조금 더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또한 아이들과 디지털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동운 - 아~ 지금 하고 계신 것 말고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군요! 섭스님에 대해 듣고 나니 어썸스쿨에 대해 더 궁금해지네요.
어썸스쿨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섭스 - 저희는 2013년 9월에 정지훈 교수님의 엔젤펀딩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청년강사 1기로 시작을 했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사업을 하기 위해서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같이 공동창업을 했던 황필권 공동창업자가 이러한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모았는데 그 사람들을 모을 때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는 글귀와 함께 모집공고를 올렸었는데 그 공고를 우연히 보고 가슴이 뛰었어요. 또한 그때 당시 활동을 하고 있던 학교가 안산에 있는 경안고등학교였는데 그 학교가 저의 모교여서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그때부터 시작을 했었어요. 처음에는 커뮤니티로 시작을 하다가 13년 9월에 큰 행사를 학교에서 진행했었는데 교수님께서 좋게 보시고 펀딩을 받고 시작하게 되었지요.
제가 13년 12월 24일에 인도로 혼자 여행을 갔었어요. 한달 정도 여행을 하고 와서 하나만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 전에는 IT관련 창업도 같이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하나를 제대로 해야겠다 다짐하면서 14년도 1월에 황필권 공동창업자와 같이 비전과 미션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만들어진 비전이 우리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모두 다른 생김새를 가진 것처럼 각자가 다른 가능성과 재능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발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라는 비전을 세우게 되었어요. 저희가 비전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비전이 뭐지?’라는 문제제기였어요. 저희가 생각한 비전이란 ‘우리가 원하는 세상, 우리가 그리는 세상’이었어요. 그러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생각했을 때 ‘사람이 가장 사람다운 세상’이었지요. 그렇다면 미션은 무엇일까요. ‘그러한 비전을 만들기 위해,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우리가 해야 할 미션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사람이 가장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는 크리스찬이 아니지만 크리스찬의 목적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예수님이 처음에는 12명의 제자를 남겼는데 2천년 뒤에 12명의 제자가 20억명의 신도들을 만든 것이 인상 깊었어요. 우리가 이 일을 비록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로 인해 남겨진 한 사람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지속가능한 일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서 미션이 설립이 되었어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러한 말에 깊은 동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오동운 -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라는 비전을 들으니 제 가슴이 뛰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어썸스쿨의 비전을 어떻게 실행하고 계신가요?
섭스 - 그렇게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세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학교 안에 학교를 만드는 것’ 학교를 세우는 것이죠. 두 번째는 ‘연대하는 것’ 우리 혼자의 힘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조직과 함께하는 것이죠. 교육은 가장 마지막에 바뀐다고 해요.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바뀌면 그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 바뀌고 방식이 바뀌면 대학에서 길러내는 교육 커리큘럼이 바뀌고 커리큘럼이 바뀌면 대학의 입시 제도가 바뀐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입시 제도가 바뀌어야만 교육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 마지막으로 바뀌는 거에요. 그래서 저희가 마지막으로 세운 전략은 그렇게 길러진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가치를 남기는 것들로 취업을 하고 창업을 하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러한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것. 그것이 마지막 전략이에요.
학교 안에 학교를 만드는 것. 경안고등학교가 시작이었어요. 1년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지금은 수도권에 총 7개의 학교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어요. 학교를 세우는 일이 처음부터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시작했던 것이 ‘경험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어요. 학교에는 캠프도 요청이 많이 오고 중기 교육도 많이 의뢰했었는데 처음에는 사실 이러한 것에 저희의 비전을 찾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이 교육을 받지 못했을 때 어떤 것을 박탈당했을까를 생각해보니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학교라고 말했던 이유는 프로그램은 결과를 남기지만 학교는 사람을 남긴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몇시간, 몇회차를 하는 것은 사람을 남기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러한 경험도 못해보면 너무나 슬픈 거잖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결정을 해서 캠프와 중기교육을 시작하게 되었고 작년에 150개 정도의 학교에서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죠.
연대같은 경우는 교사연수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교사연수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교육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까지도 양성을 할까 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래야 궁극적으로 저희 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마지막 사회와 연결한다는 것은 플랫폼을 하나 만들려고 해요. 프로젝트들을 아카이빙 할 수 있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고, 좋아서 했던 프로젝트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토익 몇점, 봉사활동 몇시간 처럼 양적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을 스캔에서 기업에 좋은 인재를 추천해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어요. 이러한 활동들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오동운 - 아! 어썸스쿨의 문구 중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던데 그것에 꽂히게 된 이유가 혹시 있으신가요?
섭스 - 사실 예술가를 생각하면 ‘자유로움과 창작’과 ‘아이들만의 표현’이 떠올라요. 저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정체성이라는 것. 각 국가마다 문화가 다른 이유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과 태도로 살아왔기 때문이에요. 저는 개인도 같다고 생각해요. 개인도 개인이 살아가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가면 자신만의 색깔이 나오는 것이죠. 예술가도 그런 것 같아요. 자신만의 색으로 말하고 표현하고 관계 맺는 것. 그런데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양산하는 시스템’이죠. 한가지의 목적을 두고 양산하는 것이죠. 그게 아니라 이 친구만의 무엇인가를 발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스스로 사고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스스로 행동한다는 것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남길 수 있는지,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오동운 - 말씀을 듣고 나니 저의 좌우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업을 하실 때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혹시 학생들을 설득하신다면 어떻게 하시나요?
섭스 - 이 수업을 왜 들어야 되는지는 없어요. 안 들어도 돼요. 그런데 혹시 내가 언제 가장 슬펐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또는 언제 가장 스스로가 빛났는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언제 가장 괴로웠는지? 나는 어떤 관계에서 잘 어울리는지? 나는 그 수많은 관계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왔는지. 어떤 관계에서 불편한지. 우리가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볼 기회가 거의 없어요. 어른이 돼서도, 그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언제 가장 빛나고 행복한지.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그 기억들을 토대로 현재의 나를 생각하면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해보고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삶의 어느 순간에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거죠. 우리는 항상 해야 되는 것. 그것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부모가, 선생님이, 누군가의 시각에 의해서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하고 싶은 것. 내 스스로가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번이라도 나의 욕망을 쫓아가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거죠. 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이 나의 이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유로 좌절되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욕망을 쫓아가본 사람만이 나중에 커서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청소년기 학생들이 그 욕망들을 거세당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말하는 욕망이란 자신의 욕구인거죠. 그것을 한번이라도 쫓아가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보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오동운 - 제가 학생이라면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겠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아요. 어썸스쿨에서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하나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섭스 - 당연히 학생의 변화가 기억에 많이 남죠. 원래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뿌듯하잖아요.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은 속초에 설악고등학교에 갔을 때였어요. 단기 프로젝트 수업을 하러 갔었어요. 사실 저는 그러한 프로젝트 수업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시간인데 꼭 밖에 관심을 가지게 하더라고요. 너무나 폭력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러한 교육 기회 자체가 중요하니까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600명 정도 수업을 했었는데 딱봐도 애들이 수업을 전혀 안들을 것 같은 거에요. 보통 수업을 할때 자신의 얘기 먼저 시작을 하는데 오늘만큼은 그렇게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뭐해? 하면서 물어봤어요. 그냥 관심을 가졌어요. 한바퀴를 돌고 나니 집중을 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말했죠.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하냐고. 아이들도 알거든요 진심을. 그러면 안 통할 수가 없어요. 간혹 안 통할수도 있지만...ㅋㅋㅋ 사실 가족사라던가 그런 것들이 나와서 민감한 부분도 있는데 아이들이 다 쓰더라고요. 인생그래프를 그리는데 제일 바닥부터 시작을 하는 거에요. 부모님이 이혼부터 하시고 시작을 하는 거죠. 처음에는 안한다고 하다가 가장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서사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또 한명은 끝까지 안하다가 마지막에 꿈의 산을 적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너무 좋더라고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기억에 남아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쓰고 물어보고 애들이 신기한 눈빛이 되는 것들. 그러한 눈빛을 받을 때 좋은 것 같아요. 작은 떨림이라도 느끼고, 세상의 다른 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저한테 반대로 줄 때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죠. 할 맛 나죠. 힘들지만.
나도 고등학생 때 누군가가 다른 길이 있다고 한번이라도 알려줬으면, 다른 것을 해도 된다고 말해줬으면 물론 무섭겠지만 다른 세상이 있다고 말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오동운 - 저도 그러한 뜨거운 현장에 있어보고 싶네요. 제가 직접 느낀다면 저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섭스님이 말씀하시는 것에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어썸스쿨 화이팅!
교육판 기자 오동운
dongown0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