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공간은 왜 변화하지 않는가
- 아래 글은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저자 : 김경인, 출판사 : 중앙books)’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왜 대한민국의 교육 공간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고, 하나같이 멋없게 지어졌을까?
- 학교가 규격화된 성냥갑처럼 지어지던 근대 시기, 교육의 목표는 실상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길들여 표준화시키는 것’이었다. 근대 국가는 교육과 법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운영했다. 이것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이 바로 학교, 군대, 그리고 감옥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는 공간을 구분하고 규율을 강제하는 학교는 군대나 감옥과 같이 피감시자와 감시자 사이에 ‘권력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였다. 이러한 권력은 매 순간 우리를 훈육하며, 강제 형식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규율을 수행하도록 요구하고, 특정한 성격을 갖도록 강요한다고 말이다. 그간 학생들은 죄수처럼 온갖 감시와 통제 속에서 규율에 길들여지고 순응하게 만드는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을 문제 삼기는커녕 바꾸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선생님이, 21세기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 (위의 책 21~22 중 발췌) - 왜 모든 학교 건물과 교실을 똑같이 네모 모양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콘크리트 직선으로 둘러싸인 차갑고 딱딱한 공간들이 아이들의 긴장과 불안을 유발시킨다고 한다. 발달심리학자인 로버트 판츠의 ‘영아의 도형지각 실험’에 따르면 신생아들은 본능적으로 각진 네모, 세모보다 둥근 원이나 곡선을 선호한다고 한다. 엄마의 품을 떠올리게 하는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원형의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에게 ‘동그란 모양’의 선호는 본능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본성을 거슬러 통제와 편리함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사각의 틀 속에 가둬두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위의 책 42 중 발췌) - 일단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해야 교육 효과가 실현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나은 시설과 학생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문화를 만들고 행복을 키워가는 공간에서 선생님과 친구와 함께 자연스레 소통하고 뭔가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왕따나 학교 폭력과 같은 문제도 줄어들고, 학업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성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과 ‘겨진 재능과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행복의 경험’이다. 집이 ‘잠만 자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가정은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떨어져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듯이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면 경쟁과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수밖에 없다. (위의 책 57 중 발췌)
사실 공간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요소로 생각해 무감각한 경우가 많다. 학교는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다. 학생들은 집만큼, 혹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게 하려면 먼저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고민하고, 이 공간을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게 만들까를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 생각할 거리 ※ -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을 싫어하나요 좋아하나요? 공간의 관점에서 본 학교는 어떠한가요? - 지금까지 나는 학교의 형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과 싫어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그것을 학교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요? - 쓸데없는 공간이 있어야 정신적인 안락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대해 동의하시나요? 그러한 공간이 현재 학교에는 존재하고 있나요?
교육판 기자 오동운 dongown012@naver.com